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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립합창단, 친일작곡가 '곡' 교체해

합창단, "몰랐다면 모를까, 알면서도 강행할 순 없어"

주민들, "쉽지 않았을 곡 변경… 신속한 결정에 박수"

황동환 기자 / hjn@hjn24.com입력 : 2019년 07월 25일
홍성군과 군립합창단이 친일음악인으로 분류된 작곡가들의 곡을 홍성군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를 뻔했다가 공연 4일 전인 지난 8일 준비했던 곡들을 급하게 교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군 홍보기획담당관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8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열렸던 홍성군립예술단(합창단, 무용단, 오케스트라, 국악관현악단)의 제2회 정기 합동공연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또 다시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15일 홍성군청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 명시된대로 "군립합창단은 '목련화',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할지라도' 등 군민에게 아름다운 하모니로 희망과 위안을 노래한다"고 알린 뒤였다. 군은 이보다 며칠 앞선 지난 12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으로 공연 소식을 전파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5일 군 보도자료와 언론을 통해 전파됐던 문제의 곡 '목련화'의 작곡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음악인 김동진의 곡이라는 사실이 군 문화관광과(안기억 과장)와 군립합창단(하가람 단무장)에게 전해졌다.

이후 합창단이 부를 예정이었던 곡 전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홍난파'의 곡 '고향의 봄'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난파 역시 김동진과 함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대표적인 친일음악인이라는 사실을 홍성군과 군립합창단은 까맣게 모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달 29일 김석환 홍성군수가 공석에서 친일음악인 반야월이 작사한 '울고넘는 박달재'를 불러 논란이 일어난 뒤였다.

지난 3월 '부천시립합창단'이 공연전 선곡한 11개의 곡 가운데 10개의 곡이 친일파의 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곡 전체를 변경했던 일이 있었다. 이같은 사례를 들면서 "다행히 공연 전이니 어렵더라도 곡을 변경해야한다"고 기자가 지적하자 군 관계자는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두어 달 가량 연습했을 텐데,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곡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군립합창단의 대처는 달랐다. 준비했던 곡들 가운데 친일음악인들의 곡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접한 합창단은 지체없이 곡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합창단은 더 나아가 이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민족문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친일음악인들을 포함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예술인 50여 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그리고 향후 친일파의 곡들을 배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즉각적인 곡 변경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합창단의 한 관계자는 "단원들도 곡 변경에 대해 반대의견은 크게 없었다"면서 "몰랐다면 또 모를까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곡들을) 가려가면서 이미 알려진 곡들 외에 숨겨진 곡들을 찾아내 저희 합창단을 통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지역주민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요즘 합창단이 친일파의 노래를 불렀다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며 합창단의 빠른 대처에 한목소리로 '용기있는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A씨는 "공연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곡 변경이 쉽지 않았을텐데 신속한 결정을 내린 합창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편, 공연 당일 합창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박성일 지휘자가 직접 작곡한 '대한독립만세!'를 불렀고, 자칫 친일음악인의 곡을 부를 뻔 했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황동환 기자 / hjn@hjn24.com입력 : 2019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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